“애들이 이제 그만하라고 성화인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장 담가요” 지난 2월 진안군 하향마을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우리 마을은 이제 장 담그는 분이 없어요. 저도 장 담근 지 오래됐네요.” 고창군 용현마을에서도 앞으로는 장 담그는 일 보기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현지 시각) 파라과이에서 열린 제19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으로 올린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에 대해 유네스코는 “밥과 김치와 함께 한국 식단의 핵심인 장을 정성껏 만드는 기술과 지혜는 물론, 장을 만들고 나누는 과정에서 형성된 가족과 사회 공동체의 정신을 전승해 왔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장 담그기 문화가 앞으로도 인류가 보존해야 할 무형유산으로 계속 자리하기 위해서는 우리 삶의 터전을 돌아보는 일이 더욱더 중요해졌습니다. 장 담그기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문화적 관점에서 공동체적 삶의 방식으로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 담그기 주체였던 마을의 소멸과 급속한 고령화는 공동체적 삶의 방식을 빠르게 무너뜨립니다. 장 담그기 문화가 공동체 삶의 유산인데 이 유산을 어떻게 잘 이어갈 수 있을까.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숙제입니다. 답이 없지만, 그래도 아직 남아 있는 장 담그는 모습을 지난 석 달간 사진에 담았습니다.
후지필름 한국 유네스코유산 기록 프로젝트 사진 전시를 4월 12일(토)부터 합니다. 전주시 서학동 '아트갤러리 전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