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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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마음을 만지다'이런저런글 2009. 5. 19. 11:30
'시(詩)가 마음을 만지다' 올 해는 봄바람이 시(詩)가 되어 찾아왔다. 그리고 한권의 책을 읽는 내내 봄바람은 내 마음을 만졌다. 때론 강하게, 때론 약하지만 은근히 길게 늘어지면서. 때로 마음에 와 닿는 시를 읽으면서 감정의 움직임을 조용히 즐기기도 했지만, 이렇게 흔들대는 마음을 시 앞에 끄집어 내놓고 하나하나 살펴보기는 처음이었다. 내 속에 담겨진 마음들은, 특히 상처 입은 마음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가라앉아 새로운 마음의 토양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만져주지 않은 상처는 결코 낫지 않는 법. 아프다고 말해야 하고 드러내서 싸매줘야 한다. 그런데 시낭송이라는 멋진 치유의 방법이 있다니. 시낭송을 하는 것은 마음속에 쌓여 있는 고통과 슬픔을 소멸시키는 방법이며, 마음을 비우고 청소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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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있는 산(山)이런저런글 2009. 4. 14. 00:35
산에 자주 가면서도 길을 유심히 살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있으려니 하고 가다가 쉬고 갔던 길이어서 오다가 쉬고 그렇게만 다녔습니다. 다시 산에 오르던 날 문득 이 산을 어떻게 걸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길을 살펴봤습니다. 자세하지는 않아도 어떻게 생겼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걷고 있는지 그리고 이 길 끝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는지 생각하면서 걸었습니다. 원래는 길이 없던 숲 속이었겠지요. 거친 숨소리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길이 열렸겠지요. 곰이 걸어갔던지 노루가 뛰어갔던지 지금은 무딘 내 발이 그 위에 섰습니다. 한 발자국을 떼고 뒤돌아 본 길은 내 뒷그림자를 안아주면서 어느새 다른 사람들의 지친 발을 맞아주었습니다. 길은 똑같으면서도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그렇지만 누구든지 갈 수 있도록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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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당첨(?)이런저런글 2009. 3. 24. 19:26
어느 임금님이 백성들의 마음을 알아보고 싶어서 밤중에 몰래 길바닥에 커다란 돌 한 개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아침이 되자, 사람들이 그 길을 지나갔습니다. 장사를 하는 사람은 돌이 가로놓여 있는 것을 보고는 "아침부터 재수 없게 돌이 길을 가로막다니!"하고 화를 내며 옆으로 피해서 갔습니다. 관청에서 일하는 사람은 "누가 이 큰 돌을 길 한복판에 들여다 놨지?"하고 투덜대며 지나갔습니다. 뒤이어 온 젊은이는 돌을 힐끔 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 버렸습니다. 얼마 뒤에, 한 농부가 수레를 끌고 지나게 되었습니다. 돌 앞에 걸음을 멈춘 농부는 "이렇게 큰 돌이 길 한복판에 놓여 있으면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얼마나 불편을 겪겠어."하며 길가로 치웠습니다. 그런데 돌이 놓여 있던 자리에, 황금이 든 주머니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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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위한 눈물이런저런글 2009. 3. 14. 22:01
날씨가 흐려서 그렇잖아도 생기가 별로 없던 날이었습니다. 닭이 어쩌다가 오리의 발을 밟았답니다. 별로 아플 것도 없었는데, 오리는 기분도 그렇고 해서 발끈 성을 내었습니다. “너 내 발 밟았어! 맛 좀 볼래?” 하고 닭을 향하여 날개를 퍼덕이다가 그만 바로 옆에 있던 늙은 거위의 뺨을 때렸답니다. 늙은 거위 또한 기분이 잡쳐 “뀌역 뀌역” 울어대며, “너 나한테 일부러 그랬지? 이 녀석 맛 좀 봐라!” 하고 그 큰 날개로 오리에게 덤벼들다가, 그만 옆에서 따뜻하게 햇볕을 쪼이고 있던 고양의 털을 긁었답니다. 화가 난 고양이가 찢어지는 목소리로 소리 지르며, 거위에게 덤비다가 그만 염소에게 부닥트렸네요. 염소도 심술이 보통을 넘잖아요. “이게 어디라고 덤벼? 너 나한테 혼 좀 나볼래?” 하고 염소가 뿔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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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의 늑대이런저런글 2009. 3. 13. 22:43
한 늙은 인디언 추장이 자기 손자에게 자신의 내면에 일어나고 있는 '큰 싸움'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이 싸움은 또한 나이 어린 손자의 마음속에도 일어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추장은 궁금해 하는 손자에게 설명했습니다. “얘야, 우리 모두의 속에서 이 싸움이 일어나고 있단다. 두 늑대간의 싸움이란다. 한 마리는 악한 늑대로서 그 놈이 가진 것은 화, 질투, 슬픔, 후회, 탐욕, 거만, 자기 동정, 죄의식, 회한, 열등감, 거짓, 자만심, 우월감, 그리고 이기심이란다. 다른 한 마리는 좋은 늑대인데 그가 가진 것들은 기쁨, 평안, 사랑, 소망, 인내심, 평온함, 겸손, 친절, 동정심, 아량, 진실, 그리고 믿음이란다.” 손자가 추장 할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늑대가 이기나요?" 추장은 간단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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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건져 올리십시오이런저런글 2009. 3. 13. 22:21
바다의 끝을 보았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어떤 이는 그를 허풍쟁이라고 손가락질 했습니다. 또 몇몇은 그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불쌍해했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자신의 말을 믿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왜 믿지 못하는 겁니까? 나는 정말 바다의 끝을 보았단 말입니다." 그가 너무나 정열적으로 주장했으므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차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바다의 끝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습니까? 혹, 지옥으로 떨어지는 까마득한 절벽이 아닙니까?" "그렇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