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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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그리고 산불이런저런글 2025. 4. 9. 23:47
1. 2023년 4월 2일. 바람이 무척 심하게 불었습니다. 마른 땅이 갈라지는 산언덕에서 불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바람 타고 날아다닌 불은 축구장 2,300개가 넘는 넓이를 휘감아 타올랐습니다. 길에서 만난 할머니가 그때를 떠올리며 조용히 들려준 말은 덧붙일 것이 없었습니다. “무서웠어…” 2년이 지났습니다. 불타고 쓰러지고 뭉개진 나무를 치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진기를 들고 반듯해진 길을 따라나섰습니다. 얼마 만인가요. 모든 산이 이렇게 숨겨진 모습을 드러낸 것이. 바람이 일기 시작합니다. 바람 따라가는 곳마다 온통 비어 있습니다. 오히려 단정하다고 할까. 불탄 자리에 새롭게 지은 작은 집이 낯설게 있습니다. 둘러보면 어느 집도 주변에 눈물의 흔적은 없습니다. 흔적마저 탔을까요. 아무 일도 없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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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기이런저런글 2015. 12. 12. 00:03
하필이면 그날 첫눈이 왔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내렸다. 사실 이른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바깥 날씨부터 살피기 시작했다. 다행히 날씨가 괜찮았다. 아, 다행이구나. 일기예보와는 다른데? 하면서 초등학교 아이들 등교를 돕는 차량 운전을 시작했다. 그런데 오산이 수원 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눈송이가 하나둘 날리기 시작하더니 삼십여 분이 못 돼서 세상이 하얗게 덮였다. 순간 망연자실했다. 왜 하필이면 오늘 눈이 이렇게 내릴까? 그것도 첫눈이. 일기예보에서 눈이 온다고는 했지만 이렇게 내릴 줄은 몰랐다.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조금 전 출발했는데 눈이 내려서 가는 길이 힘들 다부터 시작해서 서해대교에 묶여서 꼼짝도 못 하고 있다는 등. 급기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