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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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그리고 산불이런저런글 2025. 4. 9. 23:47
1. 2023년 4월 2일. 바람이 무척 심하게 불었습니다. 마른 땅이 갈라지는 산언덕에서 불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바람 타고 날아다닌 불은 축구장 2,300개가 넘는 넓이를 휘감아 타올랐습니다. 길에서 만난 할머니가 그때를 떠올리며 조용히 들려준 말은 덧붙일 것이 없었습니다. “무서웠어…” 2년이 지났습니다. 불타고 쓰러지고 뭉개진 나무를 치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진기를 들고 반듯해진 길을 따라나섰습니다. 얼마 만인가요. 모든 산이 이렇게 숨겨진 모습을 드러낸 것이. 바람이 일기 시작합니다. 바람 따라가는 곳마다 온통 비어 있습니다. 오히려 단정하다고 할까. 불탄 자리에 새롭게 지은 작은 집이 낯설게 있습니다. 둘러보면 어느 집도 주변에 눈물의 흔적은 없습니다. 흔적마저 탔을까요. 아무 일도 없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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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팝니다농촌이야기 2020. 12. 9. 14:12
1. 새해를 맞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2021년에는 ‘어떻게 하면 잘 팔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제가 팔고 싶은 것을 가지고 소비자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어떻게 열고, 소비자가 사고 싶어서 어떻게 가까이 오도록 만들까… 구체적으로 이런 내용입니다. 그래서 예전엔 눈여겨보지 않던 마케팅 서적도 가끔 뒤적거립니다. 뭘 팔고 싶냐 고요? 팔고 싶은 것은 ‘마을’(여기서 마을과 농촌은 한뜻입니다)입니다. 추상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마을 곳곳을 팔고 싶습니다. 사실 마을 파는 사업을 하려고 지난 3년간 애를 썼습니다. 제가 직접 뛰어다닌 것은 아니지만, 중앙정부 사업을 받은 지자체로부터 마을 곳곳을 파는 사업을 위탁받아 법인 이사장으로 책임을 지고 사업단 운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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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을 위한 전환농촌이야기 2020. 8. 10. 13:56
1. 가까운 마을에 가게가 하나 있는데, 가게 입구에 자목련 한 그루가 소담하게 있습니다. 잎이 무성해서 시원한 그늘막을 쳐놓은 것처럼 마을 사람들 쉼터 역할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막걸리 한 잔 마시기 참 좋은 곳입니다. 날씨가 조금 괜찮다 싶으면 늦은 오후에는 어김없이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보는 사람도 아늑하고 잠시 지나쳐도 마음은 그곳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19가 기세등등하면서 마을 사람들 발길이 드문드문해졌습니다. 자목련이 한 번 피고 지고 푸른 잎 다시 풍성해도 의자는 먼지만 수북합니다. 올해는 다 흐트러졌습니다. 코로나 19 여파는 작은 마을마저 빈자리를 만들고, 정겨움을 막아섭니다. 작년부터 충남 교육행복지구 사업 일환으로 보령에 마을학교를 만들고 마을과 학..